주말에 승리호를 봤다. 승리호는 전혀 내 취향의 영화가 아니다.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. 내가 볼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. 그렇지만 봤다. 1. 친구가 보자고 했고, 2. 또 다른 친구에게 "승리호 어떠냐"고 묻자 "애기가 귀여워"라고 했고, 3. 김태리가 나와서 봤다.
다 보고 나서 친구와도 이야기 했지만 승리호는 아주 이상한 영화다. 볼 때는 대사가 너무 오그라들어서 보는 내내 팔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. 근데 다 보고 나니까 자꾸 내 마음에서 평가가 좋아진다. 개그도 이상하고 내용에 개연성도 다소 부족하다. 인물들도 설정이 여기저기서 따온 합체로봇 마냥 좀 조잡하다. 근데 내 마음에서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싹을 틔웠다. 뜬금없는 영화다.
"정의롭지가 못해." 이 대사는 아주 이상한 대사이다. 영화 상황 내에서 뜬금없다. 갑자기 정의라뇨? 정의가 여기서 왜 나와? 근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대사가 아주 마음에 든다. 뜬금없이 정의를 따져서 그런가? 아니면 대사를 치는 사람이 장선장이라서 그런가? 이유는 도통 모르겠는데 나에게 계속 남는 대사다.
star.mt.co.kr/stview.php?no=2021021013504992722&arr_no=14&VP
나쁜 점은 이미 다 이야기 했다. 아주 오그라든다. 좋은 점은 배우를 활용한 개그가 있다. 나는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한 대사들을 좋아한다. 개그를 치려고 일부로 유해진을 캐스팅한걸까? 우선 내가 찾은 영화는 1. 타짜 2. 전우치이다.
*** 전우치, 승리호 스포(?)가 있음. 보기 껄끄럽다면 스크롤을 내리지 마세요.
<내가 생각하는 배우를 활용한 장면들>
1. 타짜
화투를 치는 장면이 있다.
유해진은 영화 <타짜>에서 나오는 배우기도 하다.
2. 전우치
유해진은 영화 <전우치>에서 초랭이 역할로 나오는 배우이다.
초랭이는 수컷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암컷인 역할이다.
승리호에서도 업둥이는 무성 혹은 남성인줄 알았던 로봇이 여성?으로 나온다.
나는 트렌스젠더가 생각났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.
theqoo.net/dyb/1836659528theqoo.net/dyb/1836659528
그리고 마지막에 송중기가 하는 대사가 전우치가 하는 대사같이 느껴진다.
"나도 이제 좀 변해 볼까" 이 대사 엄청 좋았는데 마지막 송중기 대사는 "이제 한 번 벌어볼까"이다.
톤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.
친구도 두 영화가 생각났다고 했고 대사들이 한국 영화에서 가져온 게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. 하지만 영화 지식이 짧아 나는 두 영화밖에는 모르겠다.
또 좋은 점은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. 업둥이가 트렌스젠더처럼 보이고, 승리호 가족들은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이다. 그리고 김태호-순이 가족도 마찬가지다. 혈연이 아니지만 가족이고, 한 부모 가족이다. 그런데 아이 어머니를 죽였는데 본인이 아빠라니. 그래도 괜찮은가? 순이가 그대로 자랐으면 사춘기 때 집을 나갔을만한 설정이다. 김태호가 쏴죽이지 않았어도 그 현장에 있다는 점에서 공범이니까.
나는 CG는 잘 모른다. 다들 CG를 엄청 찬양하는데 나는 잘 모르니까. 아무튼 보는데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. 아니 저렇게 허접할 수가. 이런 생각이 화면을 보면서는 한 번도 들지 않았다.
그리고 애기가 정말 귀엽다. "승리호 내가 볼만하냐"는 질문에 친구는 "애기가 귀여워."라고 대답했었다.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. "아니, 내가 볼만 하냐고." 그러니까 친구는 다시 대답했다. "내가 본 영화 통틀어서 제일 귀여운 애기가 나와." 근데 정말 귀엽긴 귀엽다. 애기가 귀엽다는 게 개연성일지도 모르겠다. 그렇게 귀여운 애기를 죽이자고 하면 아무리 아무 인연 없는 사람이었을지라도 구하자고 나섰을지도.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.
덧. 큰볶음메인 이유
www.dogdrip.net/dogdrip/305972963
큰볶음메인 이유를 2명에게 설명해줬는데 2명 다 웃었다. 누군가를 웃긴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.
'일기 > 영화 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영화 리뷰 #1] 윤희에게, 벌새, 어바웃타임, 전우치 (0) | 2021.01.01 |
---|